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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1-21 09:51
[오월 시] '다시 불러보는 그날의 노래'
 글쓴이 : 5·18교육관
조회 : 4,087  
다시 불러보는 그날의 노래


                           문병란



사랑은 폭력보다 강하고
원수의 마음까지 용서한다고 하지만
누이야! 우리들의 사랑이
계엄군의 총칼 앞에선
얼마나 무력한 것인가를 알았을 것이다
우리들의 형제, 우리들의 오빠,
그들은 우리들의 아들이라고
항상 친밀감을 가졌던 동족의식이
날뛰는 총칼 앞에선
얼마나 부질없는 관념인가를 알았을 것이다
동족끼리도, 형제끼리도,
사람은 원수를 맺고 서로 죽일 수 있다는 것을
사랑보다는 주먹과 증오로 때려 부술 수 있다는 것을
누이야! 사랑이 아직은 가장 강한 무기라고 믿는
누이야! 너의 귀여운 미소가
네가 배웠던 교과서 속의 양심과 정의가
무분별한 계엄군의 총칼 앞에선
얼마나 덧없는 허구인가를 알았을 것이다
민주주의를 사랑하고
자유와 양심과 인권을 이야기하고
아직도 인간이 인간을 사랑할 수 있다고 믿는
누이야! 우리 연인들의 가슴에 구멍을 낸 총알,
우리들 어버이의 가슴에 날아와 박힌
저 증오와 적의가 번득이는 살육의 칼날,
우리들의 사랑을 으깨리는 탱크 앞에서
다 피지 못한 장밋빛 꿈을 안고
다 이루지 못한 민주의 염원을 안고
피 묻은 자유에 입을 맞추며
꽃처럼 떨어져 간 열 아홉 살 누이야!
죽어 가면서 당신들은 우리의 형제이고
피가 같은 동족이라고 울부짖었던 누이야!
인간은 권력과 이익 앞에선
사랑보다 용서보다 적의가 앞선다
인간은 자파의 승리를 위하여선
인간의 가슴에 배신의 칼날을 꽂을 수 있다
똑같은 형제를 적으로 보고
능숙하게 총을 겨냥할 수 있었던 계엄군,
그들을 오빠라고 동족이라고
마지막까지 외치고 죽어간 누이야!
끝끝내 우리 형제라고 믿었던 누이야!






 ***본 시는 '제1회 전국5.18시낭송대회'의 대상 수상자인 박윤경씨가 낭송하였던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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